한복의 곡선이 런웨이를 지배하다 – 파리패션위크에서 읽는 ‘모던 전통’ 소비 트렌드
우리가 지금 다시 주목해야 할 전통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전통은 어떤 방식으로 일상에 스며드는 것이 자연스러울까요? 답은 이번 2026 S/S 파리 패션위크 현장에서 포착된 ‘한복의 새로운 등장 방식’에 있습니다. 스타일리스트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배선영 대표가 선보인 모던 한복 스타일링은 K-패션의 경계를 확장함은 물론, 전통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놨습니다. 이는 단지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속가능성과 자아 표현, 그리고 로컬 아이덴티티에 대한 새로운 소비 욕구가 만나는 접점입니다.
전통의 복귀, 이제는 '스타일'이 말한다
팬데믹 이후 전통문화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 콘텐츠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의 전통공예·복식 체험 수요는 전년 대비 22% 증가하며, “나를 나타내는 방식으로써의 전통”에 대한 관심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파리패션위크에서 배선영 대표가 선택한 코디는 이 흐름을 정곡에 찌릅니다.
가죽 재킷에 자수 스커트를 매치하고, 랩 블라우스에 한국적인 플로럴 스커트를 결합하는 시도는 전통적 요소를 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삶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합니다. 이는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전통을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MZ세대는 전통을 '기능성'보다 '표현의 수단'으로 본다
지금의 MZ세대는 '정체성 소비자(Identity Consumers)'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나만의 미감과 연결되는 히스토리 있는 아이템에 투자합니다. 전통은 이제 ‘엄숙한 것’이 아니라, 세련되고 유연하게 재조합할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로 인식됩니다.
샤넬 컬렉션 앞에서 실제 한복 저고리를 활용한 화이트 룩이 주목받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골프웨어처럼 스포티한 아이템에도 전통 문양이 더해지는 사례가 늘며, 최근에는 친환경 비건소재를 접목해 ‘윤리적 한복’으로도 그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결국, 한복은 더는 특별한 날만 입는 옷이 아닌, 매일의 감성을 표현하는 스타일 요소가 된 것입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감지된 '로컬 감성의 세계화'
파리에서 들려온 피드백은 단순한 외국인의 호기심을 넘어섭니다. ‘한국 전통의 곡선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는가’라는 찬사는, K-패션이 취향과 무드를 넘어 문화정체성의 언어로 성장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부터 주방·생활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전통 소재나 전통 문양을 활용한 리디자인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트렌드 분석 기관 트렌드위처(Trendwatcher)는 “향후 10년간 가장 주목할 스타일 키워드는 ‘현지화(Localization)’와 ‘재해석(Modern Heritage)’”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패션뿐 아니라 생활소품, 식기, 친환경 가전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될 흐름임을 보여줍니다.
내 일상에 적용하기 – 모던 전통의 라이프스타일 활용법
이번 파리패션위크 사례는 단지 보는 패션이 아니라, 사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모던 한복 스타일링은 다음과 같은 실생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집에서 입는 로브 가운, 랩 원피스 등 한복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홈웨어로 전환해보세요.
- 주방 패브릭이나 식기류에 전통 자수나 문양 디테일이 담긴 아이템을 선택함으로써 일상에 감성을 더할 수 있습니다.
- 단순한 ‘복고’가 아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 가치, 취향을 담는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상품을 고르세요.
결국 우리는 이제 ‘전통을 소비하는 시대’를 지나 ‘전통을 나답게 표현하는 시대’에 서 있습니다. 파리의 조명 아래 반짝인 한복의 곡선이 당신의 집 거실이나 옷장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지금 작지만 의미 있는 선택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